중국 AI 인재 전략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동안 사람들의 관심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첨단 기술에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또 하나의 핵심 자원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AI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낼 최고급 인재를 어떻게 중국으로 끌어들이고, 또 중국에 머물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의 ‘AI 인재 가두리 전략’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팩트체크 결과 ‘AI 인재 가두리’는 중국 정부의 공식 정책명이 아닙니다. 중국이 AI 인재를 특정 공간에 강제로 가두는 정책을 시행한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조금 다릅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도시 선전을 중심으로 AI 기업과 연구자, 창업가가 한곳에 모여 연구하고 창업하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도시 차원에서 구축하는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AI 인재를 모으는 데 이토록 적극적인 것일까요?
중국 AI 인재 전략, 왜 ‘도시’가 중요할까?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 허브 선전은 이미 단순한 산업도시를 넘어 도시 전체를 AI 기술의 거대한 실험장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선전시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선전은 AI 기술을 공장과 의료, 사법 시스템, 자율주행, 로봇 등 도시 곳곳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2025년 선전의 핵심 AI 산업 매출은 약 2,200억 위안에 달했으며, 2026년에는 AI 산업 클러스터의 생산 가치가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선전은 AI와 로봇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100억 위안 규모의 산업 펀드도 조성했습니다.
여기에 AI 창업가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선전은 2027년까지 10만㎡가 넘는 이른바 ‘One Person Company’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해 개인이나 소규모 인력이 기업을 만들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창업 생태계를 도시 안에 조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즉 중국의 전략은 단순히 AI 연구소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이 있고, 연구자가 있고, 투자금이 있고, 실제 AI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시장까지 하나의 도시 안에서 연결하는 것입니다.
돈만 주는 것이 아니다…AI 인재가 머물 환경을 만든다
중국 AI 인재 전략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인재에게 단순히 높은 연봉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선전은 세계 각국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집적회로, AI, 바이오의약, 신에너지 자동차 등 전략 산업의 최고급 인재에게 연구비와 연구팀 지원, 생활 지원 등을 포함한 패키지를 제공하는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핵심 인재가 자신의 연구와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세계 주요 기술도시들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흐름과도 연결됩니다.
실제로 선전과 항저우 같은 중국의 기술도시는 중국 전체의 인구 감소 흐름 속에서도 다른 지역의 인구와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AI 인재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그렇다면 중국은 왜 AI 인재 확보에 이토록 적극적일까요?
AI 산업에서는 아무리 많은 돈과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어도 이를 실제 기술로 만들어낼 사람이 없다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에는 역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적으로 많은 AI 연구 인재를 배출하는 국가이지만, 최고 수준의 인재 상당수가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가는 현상이 오랫동안 지적돼 왔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교육하는 것만큼이나 그들이 중국에서 연구하고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결국 연구비와 주거 환경, 창업 지원, 기업과의 연결, AI 컴퓨팅 인프라까지 한곳에서 제공하는 전략은 최고의 AI 인재를 중국으로 끌어들이고 정착시키기 위한 경쟁력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AI 전쟁, 결국 ‘사람 싸움’ 될까?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은 그동안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개돼 왔습니다.
미국은 첨단 AI 반도체와 관련 기술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왔고, 중국은 이에 대응해 자체 반도체와 AI 생태계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경쟁의 다음 단계에서는 ‘누가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AI 반도체를 확보해도 새로운 AI 모델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연구자와 엔지니어가 없다면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선전은 현재 AI 기술을 실제 도시 생활과 산업 현장에 빠르게 적용하는 거대한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선전이 AI를 비롯한 첨단 산업에서 더 큰 인재 풀을 확보하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도록 관련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AI 인재 가두리’라는 표현, 정확할까?
최근 일부 언론에서 중국의 전략을 ‘AI 인재 가두리’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이는 공식적인 정책 명칭이 아니라 중국의 인재 유치 전략을 설명하기 위한 비유적인 표현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또한 온라인에서 언급되는 ‘AI 인재 8만 명을 수용하는 80만㎡ 규모의 도시’라는 주장 역시 현재 확인 가능한 공식 자료만으로는 중국 정부가 AI 인재만을 위해 별도의 독립 도시를 건설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더한입은 해당 수치를 확인된 사실처럼 전달하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중국의 주요 기술도시들이 AI 기업과 연구자, 창업가를 한곳에 모으고 이들이 연구부터 창업, 기술 상용화까지 이어갈 수 있는 생태계를 도시 차원에서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AI 시대, 최고의 자원은 결국 사람일지도 모른다
AI 패권 경쟁을 보면 우리는 흔히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기술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세계 최고의 연구자가 어디에서 연구하고, 어디에서 회사를 만들며, 어떤 국가의 AI 생태계에 참여하는지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선전을 비롯한 기술도시를 중심으로 연구비와 창업 자금, 기업, AI 인프라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은 어쩌면 ‘누가 더 좋은 반도체를 갖느냐’를 넘어 ‘누가 최고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머물게 하느냐’의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관련 정보 및 출처
🏙️ 선전시 정부 – How China’s Shenzhen is transforming into an AI-powered city